결정적으로는 그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거죠.
그때 느끼는 벅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 벅참을 느끼는 거 같아요.
함께 있기만 해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순간 비로소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보통의 언어들
여기서 물러설 거라면 애초에 이런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테다.
리우에겐 제 안위 따윈 까맣게 잊을 만큼 몰두하는 욕망이 있었다.
산야오의 권태로운 삶은 그만큼의 어리석은 욕심이 아니라면 달래지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두 사람은 함께였다.
생을 건 도박과도 같은 동행.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는 고꾸라질 테지만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언뜻 정반대인 그들은 심장 깊은 곳에서 혈관이 얽히듯 복잡하게 얽매여져 있었다.
대륙의 가장자리. 도망자만이 다다르는 척박한 광야 한 자락에 때아닌 화원이 피어났다. 초목 한가운데 별에 선택받은 용사와 용사가 선택한 마룡의 조각이 있었다.
어느 날은 용사가 찻잎을 우리고 어느 날은 마족이 파이를 구웠다.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며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손에 맡겨진 미래는 세계의 명운이 아닌 두 사람의 내일이었다.
보통의 언어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보통의 언어들
별이 우네 황혼에 잠기어
별이 우네 한밤을 지새워
태곳적 반짝이던 눈동자
가리는 장막 부디 걷어줘
흉진 손이 흐르는 눈물을
훔칠 테니 거둘 테니
제야의 별과 한 용사
제야의 별과 한 용사
나란한 그들은 멀리서 바라보면 더없이 좋은 벗이었다.
누구도 서로를 친우라 부르지 않고, 둘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는 우정이 아닌 각자의 욕구였으나 구태여 구분 지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 사선을 넘기어 내일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옥잔 두 개가 부딪히며 맑은 음을 퍼뜨렸다.
맛 좋은 청주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눌 상대.
야음을 틈타 살아가는 이들에겐 더없는 즐거움이었다.